온라인 유통기업인 채권자 회사(쿠팡)가 전직한 직원인 의뢰인(채무자)을 상대로 전직금지와 유인행위금지를 주장하며 이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례입니다.
핵심인력의 이직만으로 전직을 제한할 수 있을까
기업의 기술·영업 부문을 담당하던 임직원이 퇴직 후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전직금지약정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직장이 영업비밀이나 핵심 기술의 유출 가능성을 주장하는 경우, 전직금지등가처분을 통해 퇴직자의 근무 자체를 신속하게 제한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직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약정서가 작성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직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가 보호하려는 이익과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을 비교하여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물류기술 담당 임직원들의 이직을 둘러싼 분쟁
의뢰인들은 대형 이커머스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및 기술부문 임원으로 근무하며 물류·배송 시스템의 개발과 개선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퇴직 후에는 특정 상품군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하여 여러 플랫폼의 통합과 관련된 기술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전 직장은 의뢰인들이 물류 최적화 알고리즘, 재고관리 시스템, 데이터 분석 방법과 운영 노하우 등을 알고 있어 이를 새로운 회사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다수의 직원이 동일한 회사로 이직한 점을 근거로, 의뢰인들이 이직을 권유하거나 유인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전직금지와 유인행위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
경업금지 또는 전직금지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저해한다면 민법 제103조에 따라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사용자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존재하는지
- 근로자가 퇴직 전에 담당한 지위와 업무가 무엇인지
- 제한되는 기간·지역·업종이 합리적인 범위인지
- 전직 제한에 상응하는 대가가 제공되었는지
- 퇴직 과정에 배신적이거나 부당한 사정이 있었는지
- 전직 제한이 공공의 이익과 자유로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이러한 사정은 전직금지를 요구하는 사용자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소명해야 합니다. 특히 전직금지등가처분은 본안판결 전에 근로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만족적 가처분이므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심사됩니다.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과 개인의 업무 경험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전직금지약정으로 보호되는 사용자의 이익은 영업비밀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영업비밀의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사용자만이 보유한 지식이나 정보로서 근로자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정한 정보 등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다만 사용자가 보호하려는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근로자가 핵심 업무를 담당했다거나 관련 기술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직을 제한하기는 어렵습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전 직장이 주장한 물류·배송 시스템의 기본 구조와 기술적 개념이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거나 특허 등을 통해 공개되어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전국적인 물류망, 대규모 데이터와 장기간의 투자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것이므로 의뢰인들의 업무 경험만으로 다른 회사에서 그대로 구현하거나 재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근로자가 업무 과정에서 체득한 일반적인 기술적 지식, 문제 해결 능력과 경험은 개인의 직업적 역량에 해당합니다. 이를 사용자의 독점적인 이익으로 인정하려면 근로자가 보유한 구체적인 정보와 그 정보의 비공개성 및 경제적 가치를 별도로 소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들이 기술자료를 외부로 반출하거나 보유하고 있다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고, 이를 이직한 회사에 제공하거나 실제 업무에 활용하였다는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보상은 전직금지의 대가로 당연히 인정되지 않습니다
전직금지약정은 퇴직자의 취업 가능성과 생계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므로,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전직 제한에 대한 보상이 제공되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전 직장은 의뢰인들에게 비교적 높은 급여와 성과급, 주식보상 및 각종 인센티브를 지급하였으므로 전직금지에 대한 충분한 대가가 제공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급여와 성과급은 근로 제공 및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이고, 주식보상은 장기근속과 회사의 성장에 대한 기여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였습니다. 이러한 보상이 모든 주요 임직원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지급되었다면 퇴직 후의 취업 제한을 보상하기 위한 별도의 대가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설명하였습니다.
법원도 의뢰인들이 받은 보수와 주식의 지급 조건 및 성격을 고려할 때 이를 전직금지약정의 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경쟁관계는 사업의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두 회사가 모두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일부 상품군이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경쟁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력 상품, 주요 고객층, 사업모델과 판매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전 직장이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종합 이커머스 사업자인 반면, 의뢰인들이 이직한 기업은 특정 상품군과 소비자 취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문 플랫폼이라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법원 역시 일부 상품을 공통으로 취급하고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정만으로 두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경쟁관계를 넓게 인정한다면, 신속한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대부분의 온라인 판매기업이 전부 경쟁업체에 포함되어 전직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인행위는 구체적인 권유·설득 사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다수의 직원이 같은 회사로 이직하였다는 결과만으로 먼저 퇴직한 임직원의 유인행위를 인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유인행위금지약정 위반이 인정되려면 누구에게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이직을 권유하거나 설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일부 직원이 의뢰인들보다 먼저 퇴직한 사실과 실제 권유·설득을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 이메일 또는 진술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법원도 여러 직원이 동일한 기업으로 이직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뢰인들의 유인행위를 인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위반행위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직금지·유인행위금지 신청 전부 기각
법원은 전 직장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과 전직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보호할 가치 있는 독자적인 기술정보와 정보 유출 위험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전직금지에 대한 별도의 대가도 인정하기 어려우며, 두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관계 역시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유인행위금지 신청도 실제 권유나 설득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법원은 전직금지, 유인행위금지, 집행관 공시 및 간접강제를 구한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기업이 퇴직자의 전직을 제한하려면 보호 대상인 정보와 침해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근로자가 업무 과정에서 축적한 일반적인 경험과 개인적 역량까지 사용자의 독점적인 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 이 사례 관련 법 조문
- 헌법 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하여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처분은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하여야 한다.
◐ 이 사례의 관련 판례
-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4924 판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경업금지약정을 한 경우에, 그 약정은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고객관계 등 경업금지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그 밖에 공공의 이익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 4 - 인정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
- 대법원 2007. 6. 4.자 2006마907 결정
가처분채무자에 대하여 본안판결에서 명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특허권침해금지라는 부작위의무를 부담시키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일 경우에 있어서는 그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다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만일 가처분신청 당시 특허청에 별도로 제기된 등록무효심판절차에서 그 특허권이 무효라고 하는 취지의 심결이 있은 경우나, 등록무효심판이 청구되고 그 청구의 이유나 증거관계로부터 장래 그 특허가 무효로 될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형평을 고려하여 그 가처분신청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없거나 부족한 것으로 보아 이를 기각함이 상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