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현금을 인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인정될까
해외에서 국내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거나 이를 가상자산 거래에 사용하면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단순히 해외 현금인출 사실만 확인해서는 부족하고, 법령이 신고 대상으로 정한 구체적인 지급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또한 일정 금액 이하의 거래를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에 ‘건당’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경우, 명시적인 근거 없이 하루 동안 이루어진 여러 행위의 금액을 합산하여 과태료 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됩니다.
해외 가상자산 구매를 이유로 부과된 과태료
의뢰인은 해외에 체류하면서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국내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현지 ATM에서 외화를 인출하였습니다. 세관은 의뢰인이 인출한 외화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하고, 이를 국내 거래소로 이전해 매도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세관은 의뢰인이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통하지 않고 해외 가상자산 구입대금을 지급하면서도 신고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하였습니다. 과태료 산정 과정에서는 같은 날 여러 차례 이루어진 ATM 인출액을 일별로 합산한 금액이 기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의뢰인이 과태료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자 제1심 법원은 위반행위의 특정과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불처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고하였습니다.
현금인출과 가상자산 구입대금 지급은 서로 다른 행위입니다
이 사건에서 세관이 과태료 대상으로 삼은 행위는 해외에서 외화를 인출한 행위 자체가 아니라, 인출한 외화로 가상자산 구입대금을 지급한 행위였습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해외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외화를 취득하는 ‘수령행위’로서, 가상자산거래소에 구입대금을 제공하는 ‘지급행위’와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따라서 ATM 인출내역만으로는 외국환거래법상 미신고 지급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특정되어야 합니다.
· 가상자산 구입대금을 지급한 일시
· 실제 지급한 금액
· 지급받은 상대방
· 구매한 가상자산의 종류와 수량
· 각 ATM 인출액과 가상자산 구입대금 사이의 연결관계
· 신고 기준금액을 초과한 개별 지급행위의 존재
그러나 처분청이 제출한 자료는 해외 ATM 인출내역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계좌의 일부 입금내역에 그쳤습니다. 의뢰인이 어떤 해외 거래소에 언제 얼마를 지급하여 어떤 가상자산을 구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사실에 관한 진술만으로 개별 지급행위가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분청은 의뢰인이 과거 민원이나 이의제기 과정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사실을 언급했으므로 위반행위가 소명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한 사실과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대상이 되는 개별 지급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합니다. 가상자산을 구매했다는 포괄적인 진술만으로 구체적인 결제 일시와 금액, 상대방 및 기준금액 초과 여부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처분청이 산정한 위반금액과 실제 해외 인출내역 사이에도 차이가 있어 과태료 산정의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처분 이후 항고 단계에서 추가로 제출된 자료 역시 개별 가상자산 구매대금의 지급행위를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항고심 법원도 의뢰인이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구매내역과 그 금액을 확인할 자료가 없으므로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거래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외국환거래규정상 ‘건당’을 일별 합산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처분청은 외국환거래규정에 규정된 ‘건당’의 의미를 일별 거래로 보아야 하므로, 하루 동안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현금인출액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과태료와 같은 침익적 처분의 근거 법령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국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하거나 유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였습니다.
외국환거래규정은 일별로 금액을 합산해야 하는 경우 ‘동일자·동일인’이라는 문구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 사건에 적용된 규정은 단순히 ‘건당’이라고 규정할 뿐, 같은 날 이루어진 행위의 금액을 합산하도록 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건당’은 원칙적으로 각각의 지급행위를 의미하며, 명시적인 근거 없이 여러 지급행위를 일별로 합산하여 과태료 기준금액을 판단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동일한 목적의 반복 거래가 곧 분할거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분청은 의뢰인이 기준금액을 피하기 위해 한 번의 거래를 여러 차례로 나누는 분할거래 방식을 사용했으므로 각 인출액을 합산할 수 있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 아래 여러 차례 거래했다는 사실만으로 분할거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 지급행위가 독립적으로 완결되었다면 개별 행위별로 신고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의뢰인의 거래가 하나의 지급액을 인위적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각 인출과 거래가 개별적으로 완결된 구조였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처분청이 분할거래라고 볼 만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거래연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과태료 처분에서는 위반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과태료는 행정질서벌이지만 금전적 제재라는 점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위반사실이 필요합니다. 행정청은 당사자가 자신의 어떤 행위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는지 이해하고 방어할 수 있도록 위반 일시, 행위내용과 금액 등을 특정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처분청이 의뢰인의 해외 체류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도 함께 지적하였습니다. 위반행위가 특정되지 않은 책임을 의뢰인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릴 수 없으며, 충분한 조사와 증거 없이 먼저 과태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불처벌 결정 유지 및 검사 항고 기각
제1심 법원은 외국환거래법상 과태료는 법률과 그 위임에 따른 명확한 규범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 처분청이 동일한 날의 현금인출액을 합산한 것만으로는 의뢰인이 건당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지급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항고심 법원 역시 처분청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가상자산 구입대금을 지급한 일시, 금액, 상대방 및 가상자산의 종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해외 현금인출내역은 가상자산 구입대금 지급내역과 동일하지 않고, 구체적인 구매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건당 기준금액을 초과한 지급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항고심 법원은 의뢰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제1심 결정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이번 사례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외국환거래법상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으며, 처분청이 과태료 대상이 되는 개별 지급행위와 기준금액 초과 여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소명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 이 사례 관련 법 조문
- 외국환거래법 제2조
① 이 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적용한다.
1. 대한민국에서의 외국환과 대한민국에서 하는 외국환거래 및 그 밖에 이와 관련되는 행위
2.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거래 또는 지급ㆍ수령, 그 밖에 이와 관련되는 행위(외국에서 하는 행위로서 대한민국에서 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포함한다)
3. 외국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둔 개인과 외국에 주된 사무소를 둔 법인이 하는 거래로서 대한민국 통화(通貨)로 표시되거나 지급받을 수 있는 거래와 그 밖에 이와 관련되는 행위
4. 대한민국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둔 개인 또는 그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외국에서 그 개인의 재산 또는 업무에 관하여 한 행위
5.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둔 법인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외국에서 그 법인의 재산 또는 업무에 관하여 한 행위
② 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그 밖에 이와 관련되는 행위”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외국환거래법 제15조
① 재정경제부장관은 이 법을 적용받는 지급 또는 수령과 관련하여 환전절차, 송금절차, 재산반출절차 등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② 재정경제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내로부터 외국에 지급하려는 거주자ㆍ비거주자, 비거주자에게 지급하거나 비거주자로부터 수령하려는 거주자에게 그 지급 또는 수령을 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다.
1.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를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2. 국제 평화 및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특히 기여할 필요가 있는 경우 -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4호
거주자 간,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또는 비거주자 상호 간의 거래나 행위에 따른 채권ㆍ채무를 결제할 때 거주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제18조에 따라 신고를 한 자가 그 신고된 방법으로 지급 또는 수령을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급 또는 수령의 방법을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외국환수급 안정과 대외거래 원활화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의 경우에는 사후에 보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할 수 있다.
4. 외국환업무취급기관등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 또는 수령을 하는 경우 - 외국환거래법 제18조
① 자본거래를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외국환수급 안정과 대외거래 원활화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본거래는 사후에 보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신고와 제3항의 신고수리(申告受理)는 제15조제1항에 따른 절차 이전에 완료하여야 한다.
③ 재정경제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신고하도록 정한 사항 중 거주자의 해외직접투자와 해외부동산 또는 이에 관한 권리의 취득의 경우에는 투자자 적격성 여부, 투자가격 적정성 여부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신고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④ 재정경제부장관은 제3항에 따른 신고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처리기간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정을 하여 신고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1. 신고의 수리
2. 신고의 수리 거부
3. 거래 내용의 변경 권고
⑤ 재정경제부장관이 제4항제2호의 결정을 한 경우 그 신고를 한 거주자는 해당 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제4항제3호에 해당하는 통지를 받은 자가 해당 권고를 수락한 경우에는 그 수락한 바에 따라 그 거래를 할 수 있으며, 수락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⑦ 제4항에 따른 처리기간에 재정경제부장관의 통지가 없으면 그 기간이 지난 날에 해당 신고가 수리된 것으로 본다. - 외국환거래규정 제5-11조 제1항 제8호, 제12호
거주자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아니하고 지급수단을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 및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지급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신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8.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또는 거주자와 다른 거주자간의 건당 미화 1만불 이하(단,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경제자유구역에서는 10만불 이하)의 경상거래에 따른 대가를 대외지급수단으로 직접 지급하는 경우
12. 거주자가 제9장제1절, 제2절, 제4절의 규정에 의한 건당 미화 1만불 이하 대외지급수단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 -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6조 제1항
행정청이 질서위반행위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당사자(제11조제2항에 따른 고용주등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통지하고,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지정된 기일까지 의견 제출이 없는 경우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 -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2호
법 제16조제1항에 따라 행정청이 과태료 부과에 관하여 미리 통지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모두 적은 서면(당사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으로 하여야 한다.
2. 과태료 부과의 원인이 되는 사실, 과태료 금액 및 적용 법령
◐ 이 사례의 관련 판례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9. 1.자 2021라2012 결정, 대법원 2022. 1. 18.자 2021마6712 결정
국민의 일반적 자유 제한 및 침익적 규제는 법률 및 그 위임에 따른 법령으로써만 가능하고, 법률 및 법령은 국민이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할 것이다. ··· ( 중 략 ) ··· 설령 규제회피 송금을 방지하려는 법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단일의 송금 등으로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여 이를 합산하여 지급증빙서류 제출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 국민의 일반적 자유를 침해하고 침익적 처분을 하는 것이라 하겠으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9두58773 판결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3388 판결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
- 대법원 1990. 9. 11. 선고 90누1786 판결
면허의 취소처분에는 그 근거가 되는 법령이나 취소권 유보의 부관 등을 명시하여야 함은 물론 처분을 받은 자가 어떠한 위반사실에 대하여 당해 처분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실을 적시할 것을 요하며 이와 같은 취소처분의 근거와 위반사실의 적시를 빠뜨린 하자는 피처분자가 처분 당시 그 취지를 알고 있었다거나 그 후 알게 되었다하여도 치유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